홍문화

Q1. 자기를 소개할 수 있는 단어(키워드) 3개로 알려주세요.

#문화

저는 문화가 딱딱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해님의 입김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만들며 살고 싶어요. 참고로 제 한국 이름은 문화, 영어 이름은 culture입니다.

#춤

스무 살 때 댄스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친구 따라갔다가 저만 남았죠. 무대공포증 때문에 자꾸 안무를 까먹다 보니, ‘에라이, 안무를 잊어버렸을 때 프리스타일 해도 아무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해버려야지’라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췄어요. 그러다 보니 춤이 정말 좋아졌죠. 춤은 그 순간의 자신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이에요. 언어는 말이 상대에게 남고, 그림은 형태가 남는데 춤은 추고 나면 사라지잖아요. 전 그래서 춤이 좋아요. 지금 이 순간을 살게 해요.


#긍정

‘왜 행복하지 않을까..’ 스물일곱 살, 첫 직장 떼려치우고 떠난 인도에서 끝없이 질문하던 중 GOA의 FULL MOON 파티에 갔을 때였어요. 밤새 춤을 추다가 새벽이 되어 털썩 해변에 누웠는데 수평선에서는 해가 뜨고 있고, 지평선에서는 달이 지고 있더라고요. ‘긍정과 부정은 늘 함께 있고, 어떤 것을 볼지는 나에게 달려 있구나.’ 그 후로 빛을 보면서 살게 됐어요. 이젠 근력이 됐나 봐요. 늘 좋은 게 먼저 보여요.

Q2. 홍문화에게 자유학교란?

자유학교를 추진하기 시작한 2017년 9월은 개인적으로 저에게 힘든 시간이었어요. 능력 있고 멋진 리더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 참 많이 노력했는데 성취하면 할수록, 뭔가 얻으면 얻을수록 기쁨은 잠시고 끝이 없게 느껴지더라고요. 정장을 입고, 말조심하고, 갖춰진 모습의 나를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런 모습으로 24시간이 채워지는 삶이 갑갑하고 고단했고요. 그러던 중 자유학교를 추진하게 됐고, 첫 번째 모임을 한 그 주에 녹내장이라는 병을 진단받았어요.

덕분에 삶을 되짚고, 고민하게 됐죠(^^). 앞으로 어떻게 뭘 하면서 살아야할까. 그 와중에 ‘쉼과 전환을 돕는 안전한 실험실 「자유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상황이 아이러니한 거예요. 나 자신도 못 보살피면서 누가 누굴 돕나요. 자유학교는 누군가를 돕기 전, 스스로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강한 계기가 됐어요. 그래서 사표를 썼죠.

자유학교는 정말 수평적이고, 안전한 공간이에요. 한국 사회의 공동체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유와 안정감,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그 속에서 자유인들과 11박 12일을 머물며 ‘나’ 라는 사람의 정형화된 틀을 참 많이 깰 수 있었어요. 그 힘으로 자유학교를 나와서도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면 하지 않는 실험을 이어갈 수 있었고, 삶에서 가장 두려워하던 것을 해소할 수 있었어요. (궁금하다면 커먼룸~) 그 결과 이제는 결핍을 동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들을 진심으로 하게 되었어요. 몸과 마음에 귀기울이면서요.

요즘 저는 정말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가장 편한 옷을 입고,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람을 돕는 것은 내 것을 나누어 주는 게 아니라 내 안에 흘러넘쳐서 자연스럽게 닿는 거구나’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덕분에 2기 자유인들의 이야기와 몸짓에 더 깊이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기 자유인..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Q3. 자유학교에서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조르바의 춤>을 제가 진행하는데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느낌 빡 오실 것 같아요. 조르바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화가 날 때도, 말이 통하지 않을 때도 춤을 추죠. 그는 늘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매 순간 원하는 것을 택하며 열정적으로 삽니다. <조르바의 춤>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억압하지 않고, 가장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업이에요.

<조르바의 춤>을 통해 깊은 공감이 뭔지, 서로를 비춰주는 작업이 뭔지도 깨닫게 될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함께하는 서로를 지지할 때 그야말로 살아갈 힘이 생겨요. 저는 전환의 힘도 거기에서 온다고 봅니다.

Q4. 자유학교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언젠가 제가 자유학교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내려놓는 날이 오겠죠? 그럼 저는 자유학교에 자유인으로 참여하러 올 거예요.

다양한 연령대의, 전혀 다른 사람들이 수평적이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를 비추고, 자신을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는 곳. 누군가의 강의를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삶에서 얻은 지혜를 살아있는 말로 서로 나누고 배우는 곳. 20명이 함께 머문다면, 20가지의 나를 실험해볼 수 있는 곳. 사회에서의 역할을 다 내려놓고, 나 자체로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흔치 않잖아요.

저는 개인의 자유가 우선 존중되는 이 공동체 안에서 혼자보다 함께하는 것이 좋은 이유를 진정으로 알게 됐어요. 그래서 모임, 활동, 교육,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자유학교>를 경험해보면 참 좋겠다 싶어요. 개인과 집단이 함께 행복한 공동체의 철학과 방법이 <자유학교>엔 다 있거든요.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눈을 뜨면 자신도 그렇게 살 수 있고, 그런 것을 만들어 나갈 수 있어요.

Q5. 홍문화에게 ‘쉼'과 ‘전환'이란?

저는 쉼과 전환이 따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겨울엔 땅이 꽝꽝 얼어붙고 나무엔 잎도 다 떨어져서 황량하고 외롭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지난 봄, 여름, 가을 동안의 한 주기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자 다음 봄을 준비하고 있는 거잖아요.

겨울을 짧게 보내려고 하다 보면 봄, 여름, 가을의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끝없이 피로해지겠죠. 그게 한국인의 모습인 것 같아요. 쉬지 못한채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하고 증명하면서 살다가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 고장 난 다음에 준비되지 않은 겨울을 괴로워하면서 맞는 거요.

저에게 쉼은 수확 뒤에 오는 달콤한 휴식이고, 전환을 그리는 시간이에요. 오래가려면 잠깐씩 자주 쉬어줘야 하죠. 그때 지도도 보고요. 만약 긴 여행을 마쳤으면, 꽤 긴 휴식을 취해줘야겠죠. 본인에게 지금 얼마큼의 쉼이 필요한지는 스스로가 판단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늘 쉼이 필요해요. 쉼 없이는 전진도, 전환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