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견

Q1. 자기를 소개할 수 있는 단어(키워드) 3개로 알려주세요.

도전, 성장, 자유 이 세가지가 저에게 소중한 것들이예요. 저를 소개한다면 이 세가지 중에서 특히 ‘성장’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성장.

우선 제가 생각하는 ‘성장’의 의미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저는 성장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 상태’로 보고 있어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는 후퇴하거나 퇴보했다고 말 할 수 있어도 ‘이전과 다르고 변화했다’면 저는 성장이라고 보고 싶어요. 즉, ‘앞이나 뒤’ 등으로 방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생명을 가진 것이라면 모두 끊임없이 움직이고, 나아가면서 변화하면서 성장하겠지요. 그래서 성장이 없는 것은 생명이 없는 것, 또는 삶을 멈춘 것일거구요. 생명을 가진 삶이라면 부단히 나아가면 된다고 보고 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명을 선물로 받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저는 삶을 누리는 동안 그저 나아가고 싶어요. 삶을 부여받은 한 개체로서 그냥 부단히 나아가면 그로써 생을 받은 가치는 다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삶을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을 충분히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구요. 이것이 바로 제가 성장에 의미를 두는 이유예요. 참 별 구름잡는 소리를 다하죠? 하지만, 정말 저는 그래요. 저에겐 이런 것이 의미 있어요.

자신을 소개하라 하시니 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아참! 한가지 더... 제가 생각하는 성장은요, 어렵던 것을 훈련하고 애써서 더 잘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예요. 오히려 ‘자신에게 이미 있던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의미를 두고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나아가는 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요구하거나 추구하는 것을 쫓아가는 것 말구요. 그래서 저는 성장의 기초는 자기이해라고 보고있구요. ‘자신을 잘 알아가는 것이 성장하는 것이다.’ 단순하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Q2. 해견에게 자유학교란?

나에게 자유학교란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곳, 즉 나를 알아가고 채우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도 출신의 사상가 크리슈나무르티의 책 ‘크리슈나무르티, 교육을 말하다’를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어요.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고, 그것이 교육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이 문구를 잘 간직하고 싶어서 공책에 써놓기도 하고 개인 SNS에도 올렸죠. ‘삶이 무엇인지 이해해나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삶이다’ 그렇게도 읽혔고, ‘자신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 그것이 삶의 본질이다’라고도 읽혔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제가 정말 알아차리게 된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어떤 한 순간의 깨달음이나 어떤 계기로 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의 전 과정에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나를 이해하는 것, 삶을 이해하는 것이 내 삶의 전 과정이고 내 삶의 전부라고 말해도 좋겠다. 그렇다면 더 천천히 더 꼼꼼하고 길게 나를 이해해나가면 되겠구나’ 싶었죠. 그러고나니 좀 더 편해졌어요. ‘까짓것 평생할 작업인데, 그리고 그러다가 죽는게 삶인데 뭘 그리 서두르나?’ 싶었고 저에게 여유를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유학교는 제 삶의 이런 의미를 실천하는 곳인 것 같아요. 즉, ‘제 자신을 알아가는 곳, 그래서 조금씩 더 채워나가는 곳,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곳’이요.

(어때요? 참가자분들이 자유학교에 오면서 기대하시는 것이랑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리고 이거 멋지지 않나요? 어떤 프로그램의 참가자와 운영자가 같은 의도와 기대를 가지고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요. 이로써 자유학교에서는 참가자와 퍼실리테이터가 동등한 관계를 맺고 서로서로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Q3. 자유학교에서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우정팔찌짜기’를 소개하고 싶네요. 아무런 잡념 없이 오로지 팔찌짜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예요. 우리가 보통은 한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머릿속은 천갈래만갈래 상념으로 복잡 하쟎아요. 복잡하게 얽힌 생각을 쫓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오로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예요. ‘내 머릿속이 이렇게 단순했던 적이 있었던가?’하고 의아해 할 수도 있구요.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재미 붙인 분은 밤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복잡한 일에서 놓여나 잠시 자신에게 여유를 선물하고 싶을 때 딱인 작업이라서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Q4. 자유학교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한 번 쉬어보세요. 그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다 내려놓아 보세요. 한번쯤은요. 일주일 만이라도요. 물론 한순간에 되지 않겠지요. 자유학교에 오시면 같이 대화하고 춤추거나 게임하고,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도장을 파면서 또는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조금씩조금씩 더 깊숙히 쉬게 될거예요. 조금씩조금씩 나아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만 내게 남아 있게 될 거예요.

그러면 우리 자신의 얼굴표정이 달라질 겁니다.

들어올 때 표정이랑 나갈 때 때 표정이 달라지더라구요. 네에. 자유학교 1기에서 저희가 봤던 장면이예요~~~

Q5. 해견에게 ‘쉼'과 ‘전환'이란?

저에게 쉼이란 ‘성장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에게 쉼이란 ‘책 읽는 시간과도 같이 깨달음이나 배움이 있는 시간’이기도 하구요,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사실 저는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지는 못해서 낮시간에 눕거나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아요. 뭔가 끊임없이 꼼지락거리지요. 그래서 늘 분주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뭔가를 한다고 해서 늘 피곤한 것은 아니더라구요. 어떤 때는 단 5분 간의 통화나 한통의 문자로도 하루에 쓸 에너지를 다 소모해버릴 때도 있고, 어떤 때는 8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토론하고 이야기 나누었는데도 힘이 솟구칠 때도 있잖아요. 배움과 성장의 시간에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배움과 성장이 저에게는 크게 의미 있는 일이고 그런 시간은 다 쉼의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힘을 모으는 시간.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말해도 좋겠구요.

전환이란 ‘나에 대한 이해를 연결과 연대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서로서로 관련되고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의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고 봐요. 관계의 내용을 채워나감으로써 보이지 않던 관계를 보이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연결이고 연대라고 생각해요. 함께 힘을 모으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의식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도 연결과 연대라고 봅니다. 제가 사용한 ‘연대’라는 단어의 의미는 그래요. ‘연대투쟁’과 같이 꼭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해 힘을 합치고 같이 행동하는 것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필요하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요.) 오히려, 고립되고 독립된 개체로 이해하던 개인의 삶을 서로 영향을 끼치고 관계있는 삶으로 이해하는 것, 또한 그런 방향으로 인식을 바꾸는 것을 ‘전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단순히 말하자면, ‘우리 같이 살아나가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라고 함께 외치는 것이죠!